‘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2025)

‘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1)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SF영화 ‘미키 17’로 금의환향했다. 영화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후 오는 3월 7일 북미 개봉 예정이다. 영화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했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마카롱 사업을 하다가 악덕 사채업자에게 쫓기게 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에 자원해 외계의 얼음 행성에서 여러 차례 죽음을 맞이 했다가 프린트되어 새 생명을 부여 받기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17번째 죽음의 위기에서 놓여난 그를 두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두 명의 멀티플이 존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다. 미키 17과 18 역할은 로버트 패틴슨이 맡았고, 얼음 행성 개척에 나서는 사령관 케네스 마샬 역은 마크 러팔로가 연기했다.

최근 ‘미키 17’의 런던 프리미어와 제 7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후 한국에 입국한 봉준호 감독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내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미키 17’ 제작 과정에서의 다양한 숨은 에피소드와 ‘기생충’ 수상이후 근황 등을 공개했다.

“그동안 제 영화의 주인공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편이었더군요. 돌이켜보니 그렇더라고요. 현실의 쓰라린 모습을 풍자하고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한복판의 주인공들이 가혹한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죠. 미키를 둘러싼 상황도 가혹하죠. 직업이 죽는 것이니까요. 이보다 가혹한 상황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미키라는 캐릭터는 착하고 좀 얼빵한 인물인데 로버트 패틴슨이 잘 소화해 줬어요. 측은하고 손해 잘보게 생긴 이 캐릭터를 배우 본인도 화를 못낼 것처럼 생겼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미키 18이라는 화도 낼 줄 알고 똘기도 있는 친구가 나와서 때려 부수기도 하니 좀 시원해지죠. 또 여자 친구 나샤와의 사랑도 있어요. 나샤가 든든하게 옆에서 지켜주기에 이번 주인공은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죠. 제 영화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멜로 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에요. 엄연한 SF 영화이죠. 다만 멜로도 일부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3)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에서 부와 권력에 따른 서열화된 계급의 문제를 열차의 칸칸에 나누어 배치시키고 ‘기생충’을 통해 양극화 사회의 이면을 한지붕 아래 기형적 형태로 함께 살게 된 극단적 세 가족의 모습을 통해 현시대의 모순 구조를 날카롭게 꼬집었다면 ‘미키 17’에서는 2054년 지구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얼음행성 니플하임에서 휴먼 프린팅이라는 미명하에 독가스, 바이러스, 방사능, 신약 실험 등 어떤 형태의 죽음도 받아 들여야 하는 익스펜더블이라는 극한의 직업을 선보이며 소모품처럼 다뤄지고 극한의 환경에 내몰린 노동자의 삶을 은유화한다.

“계급문제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죽는 직업을 지녔으니 꽤 불쌍한 인물이죠. 죽을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부여받고 죽기 좋은 현장에 투입이 되요. 제목이 ‘미키 17’인데 17번 죽었다는 뜻이죠. 그야말로 극한직업이에요. 죽을 때마다 새롭게 프린팅이 되요.복제인간 클론과는 상당히 다르죠. 프린트해서 서류 뽑듯 사람이 출력이 되요.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지 않나요? 원작 소설에서 ‘미키 7’인데 원작 소설에서도 휴먼 프린팅이 다뤄집니다. 로버트 패틴슨이 출력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프지 않나. 극한 직업에 극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 계층이라고 할까. 계급 문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영화가 계급간 투쟁을 다룬다거나 정치적 깃발을 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하는 측면의 미키 성장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미키 17’에서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 17 캐릭터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전직 국회의원이자 극단 종교 세력의 자본을 등에 업고 외계 행성 개척에 나서는 독재자 케네스 마셜이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이 인물은 아내 일파(토니 콜렛)에게 일거수 일투족을 의지하면서도 대중 앞에서는 허세를 가득 앞세우는 선동가다. 미국 시사회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4)

“제가 마셜 캐릭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2021년도에 시나리오를 다 쓰고 베니스 영화제에 심사위원을 하러 가면서 기분 좋게 시나리오를 탈고 후 프로덕션에 넘겼다는 사실이에요. 제 타임 테이블에 혼동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현 시대의 정치 지도자들을 그린 것이 아니에요. 독재자들은 위험한 매력이 있어요. 대중을 휘어잡는 기묘한 애교나 귀여움 같은 것도 지녔죠. 끔찍하면서도 한편 매력이 있기도 해요. 또 우스꽝스럽기도 하고요. 마셜과 일파 부부를 함께 둔 건 부부가 독재자일 때 효과가 더 극대화될 거라 봤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필리핀의 마르코스와 이멜다 부부가 기억 납니다. 정말 엽기적이고 그로데스크한 기사가 많았죠. 이멜다 여사의 방에서 신발이 2만 켤레가 나왔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부부 독재자가 일으키는 이상한 상승 효과가 있잖아요. 처음에 마크 러팔로에게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 낯설어 했어요. 한번도 악역을 해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나에게 악역을?'이라는 반응이었죠. 저에게 마크 러팔로에게 악역을 맡길 첫 기회가 왔다는 것이 신나고 영광스러웠어요. 너무 멋지게 잘 해내줬죠.”

‘미키 17’은 영화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던 그가 내놓는 6년 만의 신작이다. 스포츠로 치자면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과 진배없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그가 가지게 된 새로운 꿈이나 목표는 무엇일까.

‘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5)

“영화 감독은 결국 영화를 찍는 직업이니까요. 육상 선수가 기록을 경신하거나 하는 일은 아니니 세계 재패라거나 어떤 기록으로 봐주시는 건 민망합니다. 저는 그냥 이상한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떤 환경이나 조건에 던져져도 이상한 톤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요.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제 작업물을 보면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존중들을 해주세요. ‘미키 17’도 따뜻하고 밝은 영화지만 이상한 구석도 많이 있고요. 앞으로 제 행보는 이미 ‘기생충’ 전부터 준비해왔던 애니메이션을 계속 준비 중입니다. ‘어떤 상을 받았으니 다음에 이래야 해’라거나 ‘어떤 작품의 결과가 이러했으니 그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 해’는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진행되어오던 작업을 계속 해나갈 따름입니다. 시리즈 제안도 많이 받고 있는데 제가 작품을 찍는 속도로 봤을 때는 지금은 도저히 그 속도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까지 극장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한국 극장들이 다이나믹하게 작동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미키 17’ 봉준호 감독 “내 영화 인생 최초 멜로 담은 SF… 마크 러팔로에 첫 악역 제안 뿌듯”[인터뷰] (2025)
Top Articles
Latest Posts
Recommended Articles
Article information

Author: Terrell Hackett

Last Updated:

Views: 6379

Rating: 4.1 / 5 (72 voted)

Reviews: 95% of readers found this page helpful

Author information

Name: Terrell Hackett

Birthday: 1992-03-17

Address: Suite 453 459 Gibson Squares, East Adriane, AK 71925-5692

Phone: +21811810803470

Job: Chief Representative

Hobby: Board games, Rock climbing, Ghost hunting, Origami, Kabaddi, Mushroom hunting, Gaming

Introduction: My name is Terrell Hackett, I am a gleaming, brainy, courageous, helpful, healthy, cooperative, graceful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